[여의도풍향계] 허니문은 없다…'검수완박' 정국 격랑 속으로
[앵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검찰의 수사 기능을 없애겠다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총력 저지로 맞서면서 여야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서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둘러싼 충돌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준흠 기자입니다.
[기자]
검수완박, 이 네 글자가 정치권을 뒤덮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줄인 말인데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일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그리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였습니다. 현재 부패, 경제 범죄 등 6대 범죄만 수사할 수 있는데요.
민주당의 안은 6대 범죄 수사도 떼내서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겨놓겠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국가수사본부와 통합해, 가칭 한국형 FBI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용어도 검수완박이 아닌, 검찰, 수사 기소권 정상화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이 담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 15일 발의하면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습니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이번 달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인데, 이에 윤석열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맞서는 형국입니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며 반대 입장, 분명히 했습니다.
"할 일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하는 건 오직 범죄자뿐"이라며 여론전에 나설 것도 시사했습니다.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이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강행 처리를 우려하는 목소리, 상당수 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국정원과 검찰의 문제보다 누군가가 주택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소식, 주택가격이 또 올랐다는 소식, 누군가 혐오댓글로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가 더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 후보자가 법무장관 후보에 지명된 이후 내부 기류가 바뀌고 있습니다.
거의 분개하다시피 하면서, '속도 조절' 주장보다 강행 처리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공정과 상식, 국민통합을 외치던 윤석열 당선인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은 새정부에 기대와 희망을 걸던 국민들에게 날린 어퍼컷입니다."
여기에 김오수 검찰총장의 "검수완박 전 자신부터 탄핵해달라"고 한 발언, 19년 만에 전국 평검사 회의 소집,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국민의힘은 크게 2가지 지점을 집중 타격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크게 원하지도 않는 일에 안간힘을 쓰다보면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다, 또 진짜 목적은 자신들의 범죄를 가리기 위해서다, 이런 주장입니다.
대선이 끝난 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대장동 수사가 한창인 지금,
갑자기 검찰의 칼자루를 빼앗는 건 본인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학습효과도 없이 이렇게 무리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민주당에게 다급한 사정있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법조, 시민 단체, 학계 반응도 냉담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형사사법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서둘러 추진할 일이 아니라고 반대했고,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마저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같은 급진적 추진은 우려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멈출 생각 없어 보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조롱하고 비판하던 검사들을 향해 "이쯤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했던 그때부터 수십 년 넘게 이어져 온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봉하마을을 갔을 때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해가) 저물기 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다음달 10일,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면 법안을 처리해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안 처리를 서둘러, 5월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같은 속도전,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으로 맞설 태세입니다.
"정말 강행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함해서 우리 당이 총력으로 저지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민주당은 두 가지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의당 설득입니다. 무제한 토론을 멈추기 위해 재적 의원 3/5, 180명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민주당 의석 수는 172석으로,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끌어 모아도 표가 모자라기 때문인데, 일단 정의당은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동력을 얻기는커녕 검투사 한동훈을 불러 사생결단의 진영대결만 심화시킬 뿐입니다."
두 번째가 임시국회 '회기 쪼개기'입니다.
회기를 30일이 아닌 며칠 단위로 소집하면, 회기 종료와 함께 무제한 토론도 끝나고 다음 회기에 자동 상정되는 국회법을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이 경우는 본회의 안건 상정 권한을 가진 박병석 국회의장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변수입니다.
박 의장이 23일부터 열흘동안 미국 캐나다로 해외 순방을 가기 때문에 의사봉을 민주당 출신 부의장에게 넘기고 떠날지,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사회권을 넘기지 않을 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민주당은 당장 다음주부터 법안 처리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갈 예정입니다.
이와 맞물려 인사청문 정국도 시작되는데요.
저희가 예보하는 여의도의 날씨, 매우 흐리고 한때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h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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